[Turn-존&로버트]
ㅋㅋㅋㅋㅋ마이너한 턴 팬덤에서도 상마이너 존&로벝ㅋㅋㅋㅋ그치만 공식에서 너무 적절한 짤을 내리시사 함께 저장할수밖에 없었던 쓰다 만 조각글ㅋ 무슨 사건으로 가기도 전에 뻗어버린 조각썰이므로 브로맨스등급 까지도 못 갔네. 다행이야.
마악 채운 커피잔에서 따듯하고 쌉쌀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감사를 표하는 손님에게 예의바른 미소로 화답한 로버트는 적당한 거리로 물러난 뒤, 또 서빙이 필요한 테이블은 없는지 살피며 홀을 한번 훑어보았다. 너무 크지는 않지만 열띈 목소리들이 커피하우스의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영국의 정치부터 시작해서 신학적 토론, 심지어 농작물의 시세까지 주제에 오르내렸지만, 그 중 아직은 특별히 그의 주의를 끄는 내용은 없었다. 로버트는 모든 손님들이 각자 자신이 주문한 커피와 다과를 만족스럽게 제공받았다는 걸 확인하고는 조용히 카운터로 돌아왔다.
오늘도 커피하우스는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테이블은 만원이고, 비게 될 자리도 분명 얼마 안 있어 채워질 터였다. 전에 경영했던 여관에 비하면 건당 수입은 적지만 그걸 메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린다. 거기다 그 덕분에, 사실 돈에 비교할 수 없이 귀한 자원을 거둬내고 있었다. 정보.
잠깐 여유를 틈 타 영수증을 정리하는 사이, 자신의 사업 파트너-늘 의기양양하고 수다스러운 리빙턴씨-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와 로버트는 무심코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그는 풍채 좋은 몸에 비하면 작게 느껴지는 의자에 걸터앉아 넉살좋게 손님들과 떠들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참 팔자좋은 양반이야.
마치 보란듯이, 과시하듯 주의를 끌어모으는 웃음소리와 희극배우같이 과장된 표현들. 로버트는 자신의 삶에서 한 번도 저런 식으로 소리높여 웃어본 적이 없었다. 지인들과 있을 때에도 조용한 편이었고, 그다지 주목받는 것을 즐기지도 않았다. 장사꾼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목사나 철학자가 더 어울릴거라는 우스겟소리는 늘 듣곤 했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기인 것만 같은 소상인의 매일. 단순하고 비슷한 나날들, 일. 그런 것 들 속에서 타협하고 녹아드는 방법을 배웠다. 아니, 그건 어쩌면 타고난 천성이었다.
제각기 맵시를 내고 이야기와 다과를 즐기러 몰려든 손님들. 로버트는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지저귐은 그에게 음악과도 같았다. 때로는 흥미롭고, 슬프고, 흥분되는 음색들. 그 속에서 그저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주변에 녹아든 채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치 피조물을 굽어보는 신처럼. 아니, 이 신은 그들을 팔아넘길지도 모르니 악마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아무리 교수형의 두려움이 늘 공존하는 스파이 생활이라도, 분명 애이브러햄도 이런 흥분을 느꼈으리라. 우리는 그들의 적이 몰라야 할 비밀을 갈무리한다. 그 비밀들로, 가장 지루하고 평범한 이 얼굴이 당신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른다.
딸랑- 하는 출입문 종 소리에 로버트는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 그 남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존 안드레. 리빙턴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던지는 예의차린 인사를 몇마디에 가볍게 대꾸한 그는 구석진 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리빙턴씨도 그 이상 잡지는 않고 그대로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사람 가리지 않고 수다스러운 그도 이상하게 저 장교에게는 묘한 거리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상대는 로버트의 몫으로 돌아왔다. 사업파트너의 부탁한다는 듯한 눈짓에, 로버트는 카운터를 나섰다.
"좋은 오후입니다, 소령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지요?"
"로버트, 소령님은 관두기로 약속한걸 또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첫 만남 이후 몇번인가 이어진 방문 동안에 이 남다른 사교술을 가진 남자는 둘의 관계를 제법 친근한 사이로까지 좁혔지만, 로버트로서는 아무래도 영국군 장교를 그저 이름으로만 부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매사 조심해서 지나칠 것은 없다는게 로버트의 평소 신조였다. 로버트가 조금 난처한 미소를 띄우자 남자는 어쩔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도 늘 같은 것으로 드리면 될까요?"
그 물음에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가져온 책을 펼쳐 들었다. 로버트는 주방에 주문 내용을 알리고는 조금 뒤 준비된 스콘과 커피를 테이블로 가져갔다. 커피잔에 따라지는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그 손길을 따라 로버트를 올려다보았다.
"흠, 오늘도 체커 둘 여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로버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자주 오시는 이 시간대가 제일 붐비는 시간이죠."
"이런, 내 설욕전이 이렇게 미뤄지면 좋지 않은데."
커피를 다 따르고 셋팅을 마친 로버트는 주전자를 고쳐 들고는 존을 바라보았다.
"설욕전이라니요? 저번 대국에서는 소령님이 이기신 걸로 기억합니다만."
존은 그 말에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일부러 져 줬다는 걸 모를거라 생각했다면 절 과소평가하신 겁니다."
이런, 눈치챘었나? 로버트는 내심 놀라며 존을 내려다보았다. 눈웃음과 함께 눈 가에 만들어진 잔주름이 그의 미소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세간의 평판 만큼 잘 생긴 얼굴임에 틀림없었지만, 그를 진짜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의외로 그런 작은 것 들이라고 로버트는 생각했다. 교양있는 태도 사이로 언듯 비치는 개구쟁이같은 미소와 눈빛. 와인 글라스나 여인의 손이 얹혀지는 게 어울릴 듯 한 길고 모양좋은 손에 들려진 철학 책 같은 것들. 언제나처럼, 얼마 떨어지지 않은 테이블에서 한 여성이 꿈꾸는 듯 한 눈빛으로 이쪽을, 아니, 안드레 소령을 훔쳐보고 있다는걸 눈치 챈 로버트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미소가 그 반 만큼이라도 볼 만하기를 바라며 소령에게 미소지었다.
"그게 저의 진짜 패배였다는 것을 모르셨다면, 과소평가라기 보다는 제가 소령님을 아예 잘못 평가한 것 같군요. 보는 눈을 좀 더 기르셔야 겠습니다."
그 말에 존은 한쪽 눈썹을 올린 채 관찰하듯 로버트를 바라보고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던 존은 다른 테이블에서 로버트를 부르는 소리에 단념한 듯 작게 고개를 젓고는 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 만큼이나 당신의 관심을 원하는 것 같군요. 이만 놓아드리죠."
어떤 반응이 적절할지 몰라 잠시 할 말을 잃었던 로버트는 그저 천천히 즐기라는 인사와 함께 다른 테이블로 다가갔다. 호출한 손님들의 요청대로 커피를 다시 채워준 로버트는 잠시 그 아마추어 작가들의 설문에 짧막하게 답해준 뒤(셰익스피어의 최고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카운터로 돌아와 빈 접시들을 주방으로 넘겼다. 몇번인가 더 이어진 호출이 비로소 끝나자, 한숨 돌리며 힐끔 존이 있는 쪽을 바라본 로버트는 그가 여전히 홀로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지인을 만나거나 정보를 나누는 등, 사람들과 어울리려 커피하우스를 찾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런 모습은 이곳에서 조금 이질적이다. 특히 오늘의 그는 더 그랬다. 누가 다가와 말을 걸어도, 그는 무언가 예의바른 잡담 몇 마디를 나누고는 동석하는 일 없이 곧 자기만의 고독으로 돌아갔다. 영국군의 장교쯤 되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 악명높은 정보장교라면 이런 곳을 그저 재미삼아, 심심풀이로 올 것이라고는 기대 하기 힘들다. 온갖 정보가 모이는 장소이기에 그라면 이 곳에서 누구보다도 더 그의 기술을, 대화와 사교술을 펼치고 있어야 정상일 터였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몇 번을 제외하면 그는 보통 저런 식이었다. 그렇다고, 평소처럼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색도 아니다. 그저 스케치에 몰두하고, 책을 뒤적이거나 익숙할 홍차 대신 커피를 홀짝이며 오래도록 창 밖을 바라본다. 그 옆모습은 조금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로버트는 그 이유가 아마도 그의 스케치북을 채우고 있는 그 여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한동안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버트는 마음을 정하고는 다시 커피 주전자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잔을 채워 드릴까요?"
창 밖을 바라보던 존은 퍼득 정신을 차린 듯 로버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가 잔에 떨어지며 기분좋은 청명한 소리를 냈다. 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괜찮다면 잠시 말동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타운젠드 씨?"
예상못한 권유에 내심 놀랐지만, 로버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급한 부름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잠자코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대화가 길어지거나 동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제법 있었지만, 오늘은 무척 고독을 선호하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그만큼 의외의 제안- 하지만 그랬기에 더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언제나보다도 더 연약해 보였기 때문에.
"그냥 로버트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만..."
"당신도 저를 '소령님'으로 부르니 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아무리 제가 '로버트'로 부르고 싶어도 말입니다."
섬세한 눈이 다시 살짝 휘어졌다.
"당신이 저를 '존'으로 불러주시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강조하듯, 은근히 강요하듯 덧붙인 그 말에 예기치 않게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저 사람은 누구에게나 저렇게까지 친근하게 구는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모든 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래, 이상하리만치 싫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따지고보면 그들 스파이링의 궁극적인 맞수인 셈인데도, 눈앞에 있는 육체적 존재로서의 '존 안드레'는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면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그 동안 스치듯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어쩌면 제일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친구로 삼을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이러니로군- 로버트는 자신의 동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기를 빌며 사뭇 짖궂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그럼 사석에 있는 동안에는 실례지만 그렇게 부르도록 하지요."
"그래요. 존 이면 충분해요."
"존."
로버트가 따라하듯 발음하자, 존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대로 입에 건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관찰하듯 이어진 그 말없는 시선에 로버트는 이유를 묻듯 눈을 가늘게 떴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존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을 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요. 이상하게도 당신에게는 호감이 가는군요. 말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오래 알아온 것도 아닌데 묘하게 친근하단 말이죠. 그렇게 체커게임에서 나에게 내리 굴욕을 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헤메게 만드는 말이었다. 이런 평범하고 재미없는 장사꾼에게 저런 친밀한 코멘트라니. 그런 말로, 친근한 태도로 가까워져 봐야 그에게 이득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 텐데. 로버트는 또 잠시 동요해버린 마음을 가라앉히려 조금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과찬의 말씀이시군요. 보통 말수가 적은 탓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재치나 지혜도 없이 말만 많은 사람들이 제일 안 좋지요."
그 말과 함께 존의 시선은 파트너인 리빙턴씨에게 가 닿았다. 반사적으로 그 시선을 따라갔다가 그를 발견한 로버트는, 적절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조금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히 유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신문사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미사여구를 늘어놓고 있었다.
"제가 실례되는 말을 했군요. 아무리 그래도 사업 파트너이신데."
"아니요. 그가 좀 수다스러운 건 맞는 얘기니까요. 사실 저희 둘 다 그런 재치와 지혜가 없는것도 반박의 여지가 없고요."
로버트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기분좋은 미소를 입에 걸었다.
"저는 그저 그 없음이 드러나 버릴까 걱정되어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뿐이죠."
존의 눈에 흥미롭다는 듯한 기색이 어렸다. 잠시 그 말의 울림을 음미하듯 사이를 둔 그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로버트, 이제 당신의 진짜 정체를 털어놓을 때가 된 것 같군요."
달그락-하고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마치 심장에 파고들 듯 선명하게 울렸다.
"그저 작은 커피하우스의 경영인일 뿐이라는 거짓말은 그만두고, 진실을 말해보시죠."
그 말과 함께, 여태껏 평온했던 로버트의 심장이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느끼고는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언급에는 어쩔 수 없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별 다른 말은 아닐 테지만- 아니, 정말 아닌가? 정체가 뭐냐니, 혹시라도 내가 어디선가 실수해서 스파이라는게 발각되어 버린 걸까? 아니, 그럴리는 없는데... 최근에는 보고를 보낸 일도 받은 일도 없다. 그럼 어떻게?
로버트는 흘깃 내렸던 시선을 올려 붉은 제복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 책략가의 눈이다. 정보장교라는 타이틀 답게, 여상스러운 듯 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가 자신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다 보여주겠다는 듯 열려있지만 동시에 진실을 제일 밑바닥까지 숨길 수도 있는 깊은 눈동자. 보통 여인네들이라면 그 알 수 없는 깊이를 다만 매력의 척도라 생각하며 숭배하겠지만, 로버트는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두려운 것이 될 수 있는 지 알고 있었다. 속고 속이는 게임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그런 잘 갈무리해 둔 심연과 마주칠 때 마다 로버트의 몸은 흥분으로 떨리곤 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나에게 갈무리된 심연 같은 건 없다- 그것은 나의 삶 자체이다. 나는 공손함과 주의깊음, 꾸며진 예의바름의 화신이다. 손님을 가늠하는 잣대와 앞의 수를 내다보는 계산이야말로 내 몸의 일부분이자 제 2의 천성과 같다. 아무리 그라 해도, 내 안에서 진실과 거짓을, 빛과 심연을 분리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로버트는 흙탕물을 휘저었을 때처럼 온통 지저분해져버린 머릿속을 언제나처럼 차분히 가라앉히며 여상스럽게 말했다.
"...글쎄요, 일단은 뉴욕 시의 비공식 체커 게임 챔피언이라고 해 둘까요?"
그 말에 존은 그날 처음으로 소리내어 유쾌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소리에 손님 몇몇이 그 쪽을 바라봤지만, 별 것 아닌 소동이라 판단하자 그저 예의바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자기의 주제로 돌아갔다.
해놓고 나니 마치 그림책이 되어버림ㅋㅋㅋㅋ무슨 짓이냐 나ㅋㅋ
어째뜬 뒤를 이어쓸 수 있을 만큼 찰진 장면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줬음 조케따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