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하게 잡담

호빗 뜨뤼...뒤늦은 감상 저장

폰 메모 정리하다 발견한 호빗 3편 감상....아마 보고 돌아와서 두근거리다 두서없어도 뭐라도 적어두고 자야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과거의 나ㅋㅋㅋ 정성스러워ㅋㅋㅋ 다시 읽어보니 그때 설렌게 다시 떠오른다ㅋㅋ 개봉전야라면 2014년 12월 16일! 일년도 더 된 메모지만 1,2편도 감상 메모했겠다, 저장겸 올리기. 짤방도 같이 넣을려고 검색하다 유튭에서 더 좋은 영상클립들을 발견해서 같이 끼워넣는다. 아아...추억이 새록새록...








개봉전야에 보고 왔다. 일편때만큼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2시가 다 되어가는데.. 자야되는데...


반지의 제왕 떡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별로일텐데 하며 걱정했었지만, 적당하게 잘 언급하고 내용에 집중해준것 같다. 간달프가 사라졌을때의 뒷사정을 그럴싸하게 영상화해 자세히 보여준 셈. 같은 맥락으로, 영화판 나름의 해석으로 소설에는 그저 잠깐 언급만 나왔던 장면들이 자세히 나와서 무척 행복했다. 


역시 영화판에서 가장 좋았던 건, 소설에서는 전쟁통에 머리맞고 기절하고는 한참 뒤에야 깨어났었던 빌보가 여기서는 소린의 마지막 옆을 지키게 되었던 점. 

광기에 찌들었던 초반부에도 빌보가 간직하고 있었던 도토리를 보며 그동안 여정의 추억을 되살렸을 때만은 순식간에 따스한 눈빛으로 변했던 소린은, 마지막에도 비슷한 '돌아감'에 대한 말로 끝맺는다. 세상 모든이들이 황금보다 고향에 대한 생각을 더 소중히 여긴다면-




"Farewell, Master Burglar. Go back to your books, and your armchair. Plant your trees, watch them grow. If more people valued home above gold ... this world would be a merrier place."




자기는 왕이지, 참나무방패 소린이 아니라고 외칠 때. 참나무방패라는 명칭이 왜 붙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소린에게 그런 의미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새삼 깨달았다. 잘 이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그렇게 밑바닥부터 시작해 결국 왕국을 되찾은 것, 그건 그에게 있어 '자기 자신'과도 다름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복수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은 복수 그 자체가 되고, 복수가 끝나면 그 자신도 사라지는 것 처럼. 그렇게 되찾은 왕국에 더해 왕위와 황금이라는 유혹은... 아르켄스톤과 황금은 곧 자기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는 권위와도 같은 것. 그동안의 '참나무방패'라는 자아를 대체해줄 둘도 없을 상징. 그러니 그가 그렇게 표면적 해석에 매달리게 되었다 해도 감히 손가락질하진 못하겠다.


어쨌든, 결국 그곳이 그의 잃어버린 고향이었다는 것이 새삼 뭉클했다. 한번 고향을 잃어버렸던 왕자는, 너무나도 귀향을 바랬던 나머지 진짜 돌아갈 곳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던게 아닌지.

그래도 죽음 직전, 제일 마지막에는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마도 소린에게 있어서 빌보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담담하게 모든게 정리되고, 샤이어로 돌아왔을 때, 빌보가 텅 빈 집안 문을 열고 한동안 서 있던 장면에서는 정말 좀, 우습지만, 울컥했다. 제일 처음, 불청객 난쟁이들이 하나둘씩 그 문으로 들이닥치던 게 엊그제만 같은데...(벌써 3년이 흐르다니!!) 지금이라도 그들이 자못 무례하게 성큼성큼, 혹은 오만하지만 기품있는 발걸음으로 들어올것만 같았다. 빌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도 예상치 못하게 따라 나선 여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에 대해 새삼 놀라워하진 않았을지.





흠흠, 물론 브로맨스 촉각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몇자 더. 



도토리 장면에서 빌보를 바라보는 소린의 그 온화한 눈빛이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빌보만은 특별해! 이런 떡밥적 느낌?ㅋ 베오른 집에서부터 여태까지 지녀온거냐고 했을때의 놀라워하는 표정과, 의외의 답이었는지 피식하며 샤이어에 가져갈 전리품 치곤 하찮다고 하자 빌보는 고향에 가져가서 심을 거라고, 이게 자라면 그 나무를 보며 그동안 여정에서 겪은 일들을 떠올릴거리고- 하자 얼굴에 번지던 온화하고 사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은! 끄아앙. 그치! 빌보는 귀엽지! 뭐 이런 훈훈한 생물이 있나 싶었을게야. 빌보는 치유계.



그리고 전쟁 준비하며 다들 흉기발랄한 드웦갑옷들 챙겨입을때 빌보를 (미스터 버글러였나... 호칭이 뭐였지-.-;; 빌보는 아니었는데 칫) 불러서는 화사한(!) 자수의 새하얀 내보...ㄱ... 아니아니, 미스릴 갑옷을 준다. 반지때부터 그랬지만 하도 촘촘하고 광택도 좋은게 자꾸 내복같이 보인단 말이야... 어쨌든. 고런 하늘하늘한 걸 챙겨주는게 왠지 좋잖아ㅋㅋㅋㅋ 또 고분고분 팔벌려 받아입고는 뚱하게 난 쌈같은거 못하는게 어쩌구 하는게ㅎㅎㅎ 물론 그 뒤에 이어졌던 이안에 배신자가 있다 드립은 쫌 (브로맨스)흐름을 깼지만 -_ㅜ




빌보가 아르켄스톤 주고, 즉 배신때리고 나서 성문 앞 대치때. 그 배신감이 떠오르는 표정이란... 가슴아픈 눈빛이란...


그래도 역시 최고는 마지막 죽음 장면. 타우리엘쪽 로맨스도 좋긴 했지만 죽은 킬리 끌어안고 '이게 사랑인가효? 그렇담 싫어요. 가져가주세요 왜이리 아파요 흑흑' 하자 왠일 쿨싴 요정왕님이 '쑈하구 있네-_-^' 도 아니고 진지하게 '진짜 사랑이었으니까 그렇다' 하던건 왠지 나에겐 좀 닭살선을 간지럽히는 장면이어서 헉했지만, 그 장면 뒤에 곧장! 빌보의 넋놓은 얼굴을 클로즈업해줘서 푸헉ㅋㅋ '진짜 사랑이었으니까'~ 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 빌보. 진짜 사랑이었으니까 많이 아픈거야. 흑 소린 왕자님ㅠㅠㅠㅠ



이런 기승전브로맨스.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해줘서 너무 고맙고 좋았다. 엔드롤을 다 못보고 뛰쳐나와야만 했기에 아쉽지만... 아... 한번 더 보고싶다... 정말 별거아닌 내용이었던거 같고, 군데군데 헉한것도, 원작 동화보다 더 퐌타지한 연출도 있었지만 , 전체적으로... 푹 빠져드는 마력이 있었다. 나오기가 아쉬웠을 정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