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in-아서/멀린] The Elixir of Love (5)
영원히 계속될것만 같았던 하룻밤이 지나고, 금방 아침이 찾아왔다.
잠에서 깬 나는 현실감각을 잃은 채 낮선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눈을 굴리던 나는 겨우, 여기가 아서의 방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몸이 물을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그 감각을 시작으로 점점 잠에서 깨어나는 감각이 이곳저곳에서 통증을 호소해왔다. 이래선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겠네. 나는 쓰게 웃으며 옆에 누워있는 아서를 바라보았다. 아기처럼 곤히 자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얼굴도 봤으니, 이젠 난 네 모든 모습을 안다고 생각해도 될까?
언제까지고 이렇게 누워있을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 예상치도 못했던 허리의 통증에 신음을 흘릴뻔 한 나는 입술을 깨물어 겨우 소리를 죽였다.
이제 조금 후면 그웬이 돌아올 거고, 그럼 이 모든 미친 상황들이 정상으로 돌아가겠지. 이젠 됐다.
나는 왠지 아쉬운 마음에 손을 올려 잠든 아서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정리했다. 금색의 결좋은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아직은 이른 아침이고, 남은 시간동안은 좀 즐겨도 되지 않을까?
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 마법에 걸린 하루를 완성해볼까 하는 욕심에, 아직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는 아서에게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 위로 내 입술을 살짝 겹쳤다.
건조하지만 따스한 감촉. 몰래, 조심스레 맞닿아본 그 입술을 기억에 새겼다.
나는 짧은 입맞춤 후 고개를 들다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서의 눈동자를 발견하고는 놀라 숨을 삼켰다. 분명 새근새근 자고 있었는데? 살짝 한다고는 했지만 그 움직임에 깬 모양이었다. 나는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아서는 날 끌어당겨 다시 키스했다.
이번에는 길고 잡아먹힐 듯한 키스. 촉촉해진 입술이 부벼지는 느낌과 혀가 얽혀오는 감각에 나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내가 그만 떨어지려 하자 아서는 내 머리에 손을 올려 자기에게로 끌어당기며 놓아주지 않았다. 점점 가빠지는 숨을 교환하며 우리는 가짜일지언정 열정적인 키스를 나눴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쉬운 듯 떨어진 둘의 입술 사이로 나는 연극무대에 선 배우가 된 기분으로, 평소라면 절대 못 할, 감상적인 대사를 속삭였다.
"이제 안녕이야, 내 사랑"
내 사랑, 이라니. 정말 유치한 대사다. 다른 반응 없이 여전히 멍한 얼굴로 쳐다보는 아서를 내려다보며, 나는 간지러움에 웃어버리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신호라는 듯이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오려 했다. 나는 스스로의 반응에 깜짝 놀랐지만, 아서에게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며 애써 활기차게 일어났다.
"자, 이제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손이 떨려 자꾸만 모아쥐는 옷가지가 바닥에 떨어진다.
젠장! 바보같으니, 아마 나중에 이 순간을 되돌아본다면 난 부끄러워 죽어버리고 싶을 거야.
겨우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려 노력하며, 옆 방으로 들어가 옷을 꿰어입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침대에서 "멀린?" 하고 부르는 아서의 목소리가 들려와 대답을 하려 했지만, 아무리도 목소리가 갈라져 나올 것만 같아서 나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무대에 선 배우가 이렇게 무너지면 쓰나.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불렀어, 아서?"
노력했지만 조금 흘러내린 눈물자국을 재빨리 닦아내고는 다시 옆 방으로 건너가려 했다. 그러다 바로 문 옆에 서 있는 아서를 발견하고는 너무 놀라 펄쩍 뛰어버렸다.
"으악! 놀랐잖아! 기척 좀 내라!"
그 와중에도 아서는 별말 없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마주보며 그냥 웃어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는 다시 그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찌푸린 미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흐려져있는 눈동자. 위아래로 나를 쳐다보는 시선까지.
"너 설마..."
"멀린, 네가 왜 내 방에 있지? 너 방금전에 내 침대에서 일어난 것 같았는데?"
그래, 아서의 눈빛은 예전으로 돌아와있었고, 갓 잠에서 깬듯한, 이해안된다는 듯한, 설명을 요구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뭐야, 설마 지금 마법이 풀린거야? 어째서??
어쨌든 간에 위기상황인 것 만은 분명했다. 나는 당황속에 잽싸게 옆에 있던 재킷을 낚아채고는 도망치듯 아서를 재치고 방을 나가며 외쳤다.
"아, 아, 아침 준비해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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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복도를 내달리면서도 내 머릿속엔 온갖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지금 그거 제정신으로 돌아온 거 맞나? 왜 지금 마법이 해제된 거지?? 내 키스로 효과가 나올리도 없잖아.
내 방까지 돌아온 나는 문을 쾅 닫고는 당황과 부끄러움에 뜨거워지는 볼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설마, 내 키스로 풀린 걸려고? 말도 안 되지. 스스로도 바보같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가 지속 시간이 정해져 있었거나, 내 어제 주문이 지금와서 효과를 본 걸지도 모르지. 진정해, 멀린.
어쨌든, 마법에 걸렸던 기간 동안의 일을 아서는 잘 기억하지 못할 거였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결과 투성이었지만 그럴게 확실했다. 확실한가? 아아, 어쨌든! 어제밤의 일이라던가는 기억못할테니까. 오늘 아침의 어색한 상황은 어떻게든 둘러대면 되겠지.
한동안 온갖 생각들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가까스로 정리하며, 나는 점차 평정을 되찾아갔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아침식사 시간이 늦어지면 또 아서가 짜증을 낼 게 뻔했기에, 나는 아침을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무거운 쟁반들을 손에 들고는 다시 아서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나는 기도했다. 제발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기를.
"늦어, 멀린. 배고파 죽겠다고."
불만스레 찌푸린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아서는 정말이지 여느때와 같았다. 휴- 그제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뭘 그리 멍하니 보고 있어? 이러다 연습에 늦으면 난 누구 탓을 해야 하지? 응?"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아서.
나는 급히 사과의 말을 하면서 테이블 위에 음식을 늘어놓았다. 정말이지 변한 것 하나 없이, 이틀 동안은 있지도 않았다는 듯 깨끗하게 증발해 버린 거였다. 난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이성과는 관계없이 감정은, 아서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온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나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 싶은 마음에 적당히 말하고 방을 나오려고 했다.
"아차, 깜박했네... 물하고 디저트를 가져올게. 잠시 실례합니다."
그 말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난 그냥 등을 돌리고 문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밀려오는 후회에 나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럴 거 알고 있었잖아, 알면서 선택한 거잖아.
후회하지 마, 이거면 된 거야.
나는 아서의 방문 밖에 기대서는 왠지모르게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슬쩍 훔쳤다. 이젠 정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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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여름밤의 꿈은 끝났고,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남은 건 멍한 머리와 조금 나른한 몸.
젠장맞게도, 누가 그랬던 말처럼,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하고 보냈던 밤 이후의 햇살은 기가막히게 눈부셨다.
오후가 되어 돌아온 그웬에게 인사차 들렀을 때는 미묘한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이제는 혼자만 지키면 될 비밀이니 괜찮을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 없는 동안에 네가 모르가나 아가씨의 시중도 들어줬다면서? 고마워 멀린!"
"에이, 그저 마구간에서 말 꺼내어준거 뿐인데 뭘. 넌 하려던 일은 다 해결하고 온 거야?"
"응, 뭐. 그냥 누굴 좀 만났던 거 뿐이니까- 모르가나 아가씨가 고맙게도 흔쾌히 다녀오라 해 주셨지. 넌 별일 없었고?"
아아, 별일-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난리였지. 난 그 생각에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하하, 늘 똑같지 뭐-"
생각보다 조금 일찍 끝난 헤프닝이지만, 오히려 그웬이 다시 아서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안 봐도 되어서 다행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녁때가 되어 심부름이며 저녁준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을 때 만난 모르가나에게도 난 아무렇지않게 웃어보일 수 있었다.
"멀린, 바빠 보이네? 오늘은 아서가 널 그냥 내버려뒀어?"
"레이디 모르가나. 오해라고 말했잖아요. 그냥 그건 장난! 지금 아서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완전 정색... 아니 화낼걸요."
그 얘길 듣는 모르가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뭐야 저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은?
"흐음- 그으래 멀린? 난 아서가 그럴거 같진 않은데."
난 정색하고 대답했다.
"정말이라니까요!"
"아이 참, 그렇게 힘 줘서 얘기 안해도 돼~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너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멀린."
그리고는 그녀는 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작별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으음... 가끔 느끼지만 그녀는 은근히 감이 좋은 것 같다. 여자의 감? 마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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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꽤나 바빴다. 아서의 시중은 물론이고 평소보다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아서 가이우스의 조수로서도 꽤나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차라리 그렇게 바쁜 덕분에, 잡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오히려 나에겐 다행이었다.
밤이 깊어져, 나는 아서의 잠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그의 방으로 갔다. 창문을 잠그고 침대를 정리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난 평소와는 달리 왠지 진정되지 않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서와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다.
아서도 오늘은 농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도 없이, 뒷편에서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로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의식해버리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채비하는 내 손길이 한층 빨라졌다. 얼른 해치우고 돌아가야지.
"멀린,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이어지던 침묵을 먼저 깬건 아서였다. 난 적잖이 놀랐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왜, 내가 뭐-"
"평소엔 수다스럽던 네가 너무 조용하잖아. 일도 너무 열심히 하고."
"뭐야, 난 늘 열심히 일한다고."
음, 말에 여엉 힘이 안들어가는군. 준비를 끝내고 촛불 하나만을 남긴 나는 아서에게 침대에 누우라는 듯 손짓했다.
"뭘 또 고민하고 있는 거야. 너."
기대있던 등을 조금 앞으로 내밀며 그는 미간을 찌푸려보였다. 그는 그런식으로 내 상태를 곧잘 알아채곤 했다. 전반적으로 둔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왕자지만 적어도 '무언가 있다' 정도는 감지하는 모양이지. 그리고 늘 그랬듯, 내 고민은 아서에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거 없어. 그냥 피곤해서 그러지. 그러니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그래야 나도 자러가지- 전하."
아서는 여전히 시원치 않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채로 침대로 걸어갔다. 그가 눕는걸 확인한 나는 촛불을 불어 끄려고 했다. 그때-
"멀린, 넌...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없어?"
뭐야 난데없이! 난 그 뜬금없는 질문에 심장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동요를 숨기고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을쎄요, 예쁜 아가씨들은 많지만 저는 제 요구많고 까다로운 주인 뒷바라지하기에도 바쁜 시종이라서요."
그러자 내 말에 아서는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흥, 다른 사람들 시중을 들어보면 내가 까다롭다는 말은 하지 못할 걸! 내가 얼마나 관대!하고 좋은 사람인지 깨닫게 될 거야."
"아이구- 그러시겠죠."
아서는 더 이상 투덜거리진 않았다. 그래, 그 정도 양심은 있어야지 이 사람아. 난 이걸로 간신히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지만, 그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다시 아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있긴 있다는 소리네? 좋아하는 사람."
이런 바보같은 문답을 계속 해야 하다니. 그래도 오늘따라 수다스러운 바보왕자에 장단에 맞춰줄수밖에 없겠지.
"뭐- 저도 사람이니까요. 그런 걸 물으시다니 무슨 바람이신지- 그웬이 돌아오니 퍽이나 좋으신가봐요? 으으, 커플들이란!"
나는 일부러 오버스럽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나 아서는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딴지 걸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의외네.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
아, 이 녀석이 무슨 약을 빨았나... 왜 이리 집요해! 사람 마음도 모르고! 너라고 말하면 넌 대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나는 대답대신 잠깐 이 사랑스럽지만 잔인한 바보왕자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나는 최대한 빨리 이 영양가없는 대화를 마무리지을 겸, 무신경한 그에게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그건- 비밀입니다. 자신의 연애나 돌보시죠, 전하."
그리고 난 그가 다시 뭐라고 하기 전에 재빨리 촛불을 끄고는, 급히 잘자란 인사와 함께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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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 안, 낡았지만 아늑한 침대 안으로 달빛이 슬금슬금 들어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달이 밝다. 만월을 지나 줄어가는 달이다.
은근한 달빛에 비쳐 조금씩 떠다니는 먼지들이 반짝거리며 빛난다. 마치 그때를 연상시키는 장면- 아서의 침대에 붙잡혀 쓰러졌을 때 주변에 날리던 빛먼지-
나는 생각을 끊듯이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 하얗게 떠 보이는 자신의 손. 그 위로 겹쳐지던 아서의 커다란 손- 그 장면을 상상하자 손등이 기억하는 그때의 따스함이 되돌아오는 듯 했다. 달빛에 반사되던 그의 금색 머리카락, 그늘져 빛나던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사랑한다고 속삭이듯 말하던 그 모양 좋은 입술.
그저 따스한 추억으로 삼기에는 아직 기억이 너무 선명했다. 모르는 사이에 열이 오른 얼굴을 차가운 베게 속으로 파묻었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달콤한 그 하루의 기억은 한동안 자신을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아아, 어쨌든 오늘은 잠자기는 글렀구나-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한동안 뒤척였지만, 어느새인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꿈에서는 다시 예전의 다정한 아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침에 멍한 머리로 깨어나서는, 그 꿈을 기억해내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는 얼굴을 몇번 쳐 정신을 일깨웠다. 좀 소녀스럽지만 이 정도 후유증이야... 바로 전날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난 괜찮을 거다. 마법이라는 큰 비밀도 숨겨왔는데, 거기에 하나쯤 보태진다고 새삼 어려울 것도 없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 것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난 오늘도 아서의 옆에서 그를 지킬 것이다. 나만이 알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운명.
난 침대에 앉은 채,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큰 미소를 지어보았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는 그를 깨우러 가야할 시간이다.
원래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길어져버리는 끄적끄적.....................................수...수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