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님의 소개글 보고 혹했으나 어찌 보는게 미뤄졌던 영화인데, 희한하게도 문득 '오늘은 집에 돌아가 꼭 그걸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봤다.
그리고그리고......이런......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ㅠㅠ
스턴트 장면 촬영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병원에서 치료중이던 청년 로이와, 오렌지 따는 일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부러진 팔 때문에 역시 치료중이던 꼬마 알렉산드리아가 우연히 만나 나누는 우정어린 교류에 대한 이야기.
로이는 이 새로생긴 꼬마 방문자를 위해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기 시작하고, 알렉산드리아는 이야기에 푹 빠져간다. 그렇지만 사실 로이의 꿍꿍이는 따로 있었으니......꼬마에게 이야기를 담보삼아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가져다주기를 요구하는 이 흑심가득(...)한 청년!
그리고 점차 이야기는 현실으로부터 영향을 받아가고, 현실도 이야기와 섞여든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소소하다 할 수 있겠지만, 분명 그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 물론, 영화 내 현실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줄거리가 단순할 뿐이지, 시간의 진행과 함께 조금씩 변화해가는 둘의 관계와 감정, 그리고 거기서 뽑아져 나오는 환상적 이야기는 단순하지가 않다. 아... 로이가 자아내는 이야기의 실에 알렉산드리아가 색을 덧붙이는 그 '환상적'인 이야기는......그저 '단순하지 않다'라기 보다는 '좀 나사가 많이 빠져있다'는게 더 맞는 설명이겠지만ㅋㅋㅋㅋ
굳이 이어보자면 영화 [빅 피쉬]나 [파이 이야기]랑 얼추 같은 그룹에 들 것 같다.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동화같고 환상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그렇지만, 그 두 영화가 그런만큼(아니, 그 이상으로!) 요녀석은 분명 무척이나 유니크한 영화다.
어쨌든 내용은 그렇다치고오오오오!!! 정말 궁합이 찰떡같은 이 페어! 애긔애긔 천사가 따로없는 알렉산드리아랑 어딘가 우울한 눈이 고혹적인(ㅎㅇㅎㅇ) 로이. 정말 여태 내가 봐왔던 영화중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뭐지 이 미칠듯한 케미는!!
매일 로이의 침대로 쪼르르 달려와서는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지며 베시시 웃는 이 꼬마....아아아아아 정말ㅠㅠ 정화된다! 그렇지만, 알렉산드리아는 정말 어린애다운 순수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아이이긴 해도 순간순간 보여주는 어른스러운 마음씀씀이가 또 심금을 울린다.
그래, 이건 사실은 알렉산드리아의 로이 구제 이야기인 거시다...T▽T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아 슬퍼하는 너를 내가 위로해주갓어!! 내가 구해줄게!!
내용이 단순하다고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장인정신 듬뿍 담긴 영상미 하나는 모두 토달 수 없이 만점을 줬으니, 미술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CG따위 쓰지않고 직접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내고, 일일히 돌아다니고, 편집한 감독의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영화의 특별했던 뒷 이야기. 이 소녀배우는 병원씬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리페이스가 정말 '걷지 못하는' 환자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이름도 로이라고 하고;)...... 스탭의 착오에서 시작된 일을 감독이 요거다! 하며 리에게 부탁했다는 썰도 있고, 애초에 작정하고 지역 스탭 포함해 전부를 속이도록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느게 진실일지는-_-;; 여튼 시작점이 어디든 간에, 참 요망한 감독님이다. 물론 덕분에 더 진실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포착할수 있었다는 건 절대 사실일 것이다. 그치만... 그런 엄청난 걸 속이다니ㅠㅠ 어린이의 동심은 어쩌라고......
촬영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얘가 얼마나 찰떡같이 믿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못 걷는 척 휠체어 타고다니는 리... 세상에 믿을 건 하나도 없다더니?! -ㅁ-!? 그렇지만 촬영 외에도 내내 연기를 해야했던 리도 정말 힘들었었다고 하니...... 결국 악의 축(?)은 감독님이다ㅋㅋ
비하인드 2 쪽에는 리의 그 충격고백 장면도 들어있다-_-ㅋㅋㅋㅋㅋ
감독님 너 웃으면서 무마한다고 될 줄 알아?! -▽-;;?!
리의 어딘가의 인터뷰에서는, 그때 카틴카(울 애긔천사 이름ㅋ)가 분명 놀라기는 했지만, 어린애다운 순수한 감성으로 '자신의 사랑'이 로이를 낫게 한 거라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이것조차 귀여워 죽겠다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영화 다 보고 대체 이 감독 대체 누구야! 엉엉!을 외치며 찾아봤을 때... ㅅㅂ 난 경악을 금치 못했따...왜냐하면...
알고보니 이거 만든 분이셨기에-_-;;;;;;;;;;;;;;;;;;;;;;;;;;;;;
영화관 끌고간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영화보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게 했던 그 영화;;;; 정말; 비주얼 빼고는 남는게 거의 없었던, 그래서 심하게 날 놀라게 했던 그 영화. 이게 같은 감독에게서 나온 거였다니ㅠㅠ 으어어 심지어 이게 나중에 만든거야... 대체 왜 그러신거요 감독님 엉? 무슨 일이 있었던거요!
그동안 만든 영화들을 살펴보다보니, 대개 영상미에 집중하고 내용이 망ㅋ인게 이분의 특징. 어쩌면 원래 짧막한 CM 영상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이라......거기서 온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커지면 수습불가.
어쨌든, 그럼에도 [더 폴]은 훌륭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따! 취향직격ㅠㅠ... 물론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볼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겠지만(...)
개인적 총평: 자꾸자꾸 다시보고싶게 만드는 마력의 영화. 에픽한 감동은 아니지만 조용히 시나브로 흘러드는 감동에, 힘을 얻을 수 있는 훈훈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