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편을 본방사수하고, 굿바이 글을 몇줄 남겨보고... 여튼 그때까지는 어느정도 태연했다.
곧바로 뒤늦게 크리스마스를 위한 선물을 포장하고, 친구들과 만나 떠들때까지도 몰랐는데; 그냥 어딘가 허전한 느낌 뿐이었는데;;
어이없게도 뒤늦게 울컥했다... 멍하니 음악을 틀어놓고 수도없이 오간 길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해진 마음에다 음악에다, 밤까지 겹치니 밑도끝도없이 센치해졌는지.....갑자기 장면장면이 떠올라서ㅠㅠ훌쩍 ㅠㅠ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후덜덜
아무리 드라마 결말따위에 심각해지지 않으려 해도... 어찌 그럴수가 있겠는가 ㅠㅠㅠㅠㅠ 포기했다. 완전 포기했다... 바보같아도, 난 한동안 센치해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알려져있는 그들의 운명이었으니, 그걸 깨주길 바란게 무리였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그렇게나 서로를 아끼며 여기까지 달려온 둘이 결국 그렇게 운명 앞에서 급하게 헤어져야 했다는게 너무 안타깝다. 멀린에겐 그렇게 기다렸을, 자신의 모든걸 알고 해준 아서의 '고맙다'라는 마지막 말로도 그의 슬픔은 지워지지 않을테고.... 젠장; 그런 타이밍에 말하길 바란건 아니었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대사 하나하나가 사람 죽이는 마지막 에피소드. 어디선가... 브래들리가 한 인터뷰 중에-
'만약 멀린이 마법사라는걸 밝힌다 해도, 아서라면 멀린이 걱정해왔던 것 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을거다. 그에게 있어 어떤것도 예외일 수 있는 두 사람이 있다면 그웨너비어와 멀린일테고- 그러니 오히려 멀린은 아서의 반응에 놀라게 될 것'
이런 맥락의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과연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긍정은 아니었지만, 배신감이 놀라움으로 변하고, 깨달음으로 변하고- 그래서 더 애정으로 변하는걸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감동적인 장면이었지. 아놔...또 울컥
게다가 '널 처음 만났을땐 내가 널 죽이려 들었었지' '그리고 난 마법을 써서 그걸 막았었고' 하는 회상까지 곁들이니, 정말 이건 울컥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제 다시 첫화를 본다면, 그 이전 에피소드들을 본다면 분명 한동안은 계속 서글픈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런 끝을 알아버린 이상, 뭘 봐도 슬플것 같아 ㅠㅠ
맙소사... 아련해...
사실 내가 접해왔던 아서왕 전설이란 사실... 멋진 이야기지만 굉장히 낮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잔혹하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그런 이미지였다. 하지만 드라마 멀린으로 인해 그런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귀엽고 따듯한 우정이야기가 되었고, 그걸 소비하고 즐길 수 있어서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이야기도 많이 접했고... 재미있는 글들도 많이 접했으니까. 게다가 더없이 가능성 넘치는, 매력적인 젊은 배우들도 알게 되었고.
다만 아직까지 떨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 좀 더, 따스한 장면을 넣어줄순 없었던 걸까?! 따스한 햇빛 아래서, 아서왕 이야기를 들떠서 읽는 꼬맹이를 멀린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지나간다던지... 뭐 그런거 말이다. 그렇게 친구의 무덤 곁에(...엄밀히 말하면 무덤은 아니지만;) 붙박혀 지박령같이(ㅋㅋㅋㅋ) 근처를 떠도는 홈리스 할아버지처럼 할 건 없지 않았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크아아아아
또 급분노...헉헉...
어쨌든, 한동안은 계속 이 미묘한 공허한 감각이 계속 지속될 것 같다. 멘붕이라고 하기엔 뭣하고, 가슴에 구멍이 하나 뚫린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나서라기 보다는, 이노메 여운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