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in-아서/멀린] The Elixir of Love (2)
캐붕의 현장. 다시봐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ㅋㅋ 초딩작문으로 표현하는 느끼열매먹은 아서...
부끄러우니 접기...-_-;;후덜덜
늦은 오후가 되어 슬슬 아서가 훈련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그를 기다리며 나는 방 청소를 마치고는 옷장에 세탁된 옷들을 정리해 넣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이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한숨을 쉬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아침식사 시간이 지나고, 나는 여전히 들떠있는 아서를 겨우 기사단 연습장에 몰아넣고는 급히 그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모르가나의 침실로 뛰어갔다. 노크를 두어번 하자, 평소 문을 열어주던 그웬 대신, 들어오라는 모르가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이 레이디.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멀린.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화사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녀에게 화답하듯 웃어보이고는 살짝 주위를 살폈으나 방 안에는 그녀 외의 기척이 없다. 어디 심부름이라도 간 것일까?
"아, 저기... 그웬은 지금 없나요?"
"응, 무슨 일이야?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윽, 이런 때 어디서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나는 난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뭐... 갑작스럽게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요. 언제쯤 돌아올까요? 아니, 어디에 있을지 알수 있을까요? 쪼-금 급한 일이기도 해서..."
이번에는 모르가나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끼면서도 초조하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은, 그녀는 지금 카멜롯에 없어. 다른 마을에 볼일이 있다기에 내가 며칠 간 휴가를 줬거든. 그녀 말고는 안 되는 일이야? 나라도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
"아, 아닙니다. 레이디 모르가나. 레이디가 신경쓰실 만큼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그녀가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있을까요?"
"그래? 음... 예정대로라면 한 이틀 후에나 돌아올 거야."
맙소사. 나는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서의 그 꼴을 이틀이나 더 지켜봐야 한단 말야? 그것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어떤 소란도 일어나지 않게 감시하면서?
순식간에 썩어버린 내 표정을 걱정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보는 모르가나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대강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유일한 해결책인 그웬이 돌아올 때 까지는 혼자서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 있어야 했다. 이번에도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이 망할 왕자가 누구에게 혼을 빼앗겼는지를 알아내는게 급선무다. 그리고는 둘을 묶어놓든 격리를 시키든지 해서 만나지 못하게 해놓는 거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다졌다.
"수고했어. 오늘 훈련은 어땠어?"
아서는 나를 흘긋 보더니 이내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그 화사한 미소를 한껏 지어보였다. 으, 느끼해. 몇 번을 봐도 적응 안되는 광경이다.
"최고였지! 마음이 즐거우니 몸도 가벼워. 여태까지 이런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컨디션이야, 멀린."
주섬주섬 갑옷을 벗어가며 아서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까?"
아... 또다.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는 걸 느끼며, 나는 황급히 그에게 다가가 갑옷 벗는 걸 도왔다.
"조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봐? 내가 할게. 왠일로 니가 직접 갑옷을 정리하고 그러냐-"
"왠일이라니, 나도 이 정돈 할 수 있다고. 넌 그냥 쉬고 있어."
아서는 내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나를 곁에 있던 의자에 앉혔다. 아서가 평소에도 이랬다면 얼마나 이뻤을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잠시 그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완전히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아서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갑옷이며 옷을 수습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넌지시 물었다.
"그나저나, 전하? 사랑의 힘이니 뭐니 하는 걸 보니, 누구 맘에 든 아가씨라도 있나 봅니다아?"
내 장난기를 머금은 말투에 아서는 멈춰서서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줍어하는 아서라...소름돋게 귀여운데? 이어서 그는 열정적인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하아... 맘에 든 정도가 아니지. 이건 운명이야, 멀린. 난 그렇게 생각해. 멀리서 그가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살짝 스쳐만 지나가도 난 그 향기에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돼."
엥? 지금 '그녀'가 아니라 '그'라고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심각하게 빠졌구나? 누군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거야- 그녀가 누군지 말만 하면 내가 사랑의 메신져가 되어주지!"
"오, 멀린. 그녀가 아니라 '그'야."
뭐???!?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되어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서는 여전히 흥분한 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어떤 여성보다도 귀엽고 청순하지. 사랑에 성별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어. 그 가벼운 걸음걸이로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해. 언제나 웃어주는 그 미소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 눈! 그 커다란 눈망울을 온전히 내 것으로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떤 말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 천방지축 왕자의 사랑 상대가 이번에는 남자라고? 남자에게 반해 온갖 구애를 하며 쫓아다니는 왕자의 모습이 발각된다면 이건 그저 사람들이 웃고 넘길, 치기어린 젊음의 스캔들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광대녀석, 정말 제대로 된 폭탄을 넘기고 갔군 그래?
남자, 남자라니. 상대가 여자라면 애초에 승부의 여지조차 없으니 이렇게까지 심란하지는 않을 텐데. 이번에는 얼마나 내 감정을 감출 수 있을까? 그가 나와 같은, 그러나 다른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난 담담하게 있을 수 있을까?
아서, 넌 정말 어디까지 날 괴롭힐 생각이야? 나는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왠지 힘이 없어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나는 아서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는 바로 내 앞에까지 다가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악, 깜짝이야. 아니야 아서,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성별이 뭐 중요하겠어? 남자든 여자든 너와 그 사람이 감정이 중요한 거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웃어보이자, 아서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두 손으로 내 팔을 잡아온다.
"정말 너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 그렇다면 나도 용기를 내서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이고말고.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아서. 그러니 상대가 누구인지 내게도 말 해줘.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누군지 말 해준다면 널 위해,그리고 모두를 위해 내가 그를 당나귀로라도 바꿔 놓아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의 그 말에, 아서는 정말 감격했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더니- 뭐라 할 새도 없이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나는 갑작스레 아서의 품에 쓰러져서는 꽉 끌어안아오는 힘을 멍하니 느끼다가, 뒤늦게 찾아온 이 상황에 대한 깨달음에 당황하여 괴상한 감탄사와 함께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으엑?? 야, 야! 왜이래! 너무 감동한거야 뭐야!!"
그래도 아서는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고 귓가에 와닿는 뜨거운 숨소리에 나는 반쯤 패닉 상태였다. 아서는 내가 버둥거림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듯 가만히 있더니, 이윽고 내 귓가에서 작게 한숨을 쉬고는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멀린, 내가 사랑하는건 바로 너야. 널 사랑해."
나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지만, 귓가에 또렷이 들려온 목소리는 정확했다. 그러나 이해는 뒤늦게서야 찾아왔다. 조금 뒤에야 완전히 사태를 이해한 나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맙소사, 이건 악몽인가? 이번엔 내가 당나귀로 변할 차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