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in-멀린] 나도 해줘! 멀린!
5-2화에의 마지막 즈음에 나왔던 멀린의 백허그(...)장면이 너무나도 감명깊었나 봅니다... 자꾸만 생각나네요-_-;;;
귀염둥이ㅋ멀리니가 저렇게 망토를 풀어준다면 누구든 헤죽거리지 않겠어?! 하고 생각했던 걸 시작으로-
제가 부러웠던 탓도 있고, 그게 원탁 기사들에게로 전이되고~ 해서,
그 후로도 자주 모드레드의 망토를 백허그로 풀어주는거 보고 원탁기사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어요.
모드레드는 계속 잘 안풀린다고 대신 풀어달라고 칭얼(...거릴리가 없지만)거리고, 멀리니는 알았다고 얌전히 뒤에서 묘한 자태로 끌러주고, 그걸 목격한 기사들은 "너이새퀴 비결이 뭐냐"하며 발을 구르는 거져
그리고 이어서, 나도! 나도 해줘! 백허그망토풀기! 하며 삐약삐약아우성을 치는 기사단.......
ㅋ;;;;;;;;;;;
그렇게 이상한 망상을 전개하며 누워있다보니 낙서가 길어졌습니다 -_-;; 폰으로 한땀한땀.... 별거없이 길어진 썰...
모드레드가 기사서임을 받고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 후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어린데다 갑자기 끼어들어온 신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다들 데면데면한 분위기였지만 그것도 잠시, 함께 자잘한 임무를 맡아 함께하는 사이에 모두가 그 상황에 곧 익숙해졌다. 그리고 모드레드는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어서 금새 한사람 몫의 기사로 자리잡아갔다.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던 어느날-
그날도 퀘스트로 성 밖으로 나갔다 온 멀린과 기사 일행은, 무기고에서 여장을 풀며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덧 정리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모드레드가 조심스레 멀린에게로 다가간다.
"저기..."
그는 멀린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서는 주저하듯 말을 걸었다. 멀린은 뒤늦게야 그걸 알아챈 듯 고개를 들더니, 뒤에 이어질 말도 기다리지 않은 채 대답하고는,
"아, 그래"
주저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더니 모드레드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끌어안듯이 손을 앞으로 둘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기사들은 그제서야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기묘한 충격에 휩싸여 시선을 고정시켰다. 쟤네 뭐 하는거야?!
찰칵-
하지만 모두의 당황한 표정이 무색하게, 작은 금속성 소리가 들린 후 멀린은 그의 붉은 망토와 함께 떨어져 나오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망토를 척척 개켰다. 그리고는 한군데 모인 망토들을 모아들고는 무기고를 나서 복도로 사라졌다.
"...깜짝이야."
상황을 이해했지만, 한동안 멀린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가웨인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멀린이 문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모드레드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 그는 추궁하듯이 물었다.
"너 아직도 망토를 못 푸냐? 간단하잖아! 칼자루 고정하는건 잘 하면서도 그걸 못한다는게 말이 돼?"
각자 돌아갈 채비를 하던 기사들은 흘긋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모드레드는 그 특유의 알듯말듯한, 난처한듯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음... 그럴수도 있죠, 뭘..."
그렇게 모드레드는 말을 흐리며 피식 웃어보일 뿐이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놀림섞인 말을 던져도 말이다.
#
그러던 어느 날, 멀린이 다른 일 때문에 퀘스트에 동행하지 못했던 날, 모드레드가 아무렇지 않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망토를 끌러내는걸 본 가웨인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너!! 엄청 능숙하잖아! 심지어 한손으로! 다들 봤어?!"
"그거야- 다들 정말 제가 망토도 혼자 못 풀거라 생각한 거에요 설마?"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그렇게 대꾸하는 모드레드를 보며 그는 신음하듯 내뱉었고-
"이녀석..."
모드레드는 한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가웨인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대답했다.
"처음에 한번 그렇게 대신 풀어줬는데... 그게 은근 귀여워서..."
그 속에 생략된 명사는 모두의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전력이 되진 못하지만 언제나 함께하며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멀린의 존재는 기사단의 마스코트와 같은 것이었고, 그랬기에 다들 모드레드의 그 말에 묘한 공감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번 멀린이 그렇게 해줘서 뻔뻔하게 계속 부탁해봤고, 멀린이 또 그걸 꼬박꼬박 들어주자, 계속 망토도 하나 못 푸는 철부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건가?
이런이런...
그런 그들의 생각을 대신하듯 가웨인이 투덜거렸다.
"어린게 벌써부터 잔머리가...."
그 말에 모드레드는 또 한번 씩 웃어보였다.
#
"... 정말 미안한데, 멀린..."
또다.
"멀린?"
여전하네.
"멀린-"
이번에도?
"에구... 알았어."
모드레드가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가만히 기다리면 멀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뒤에서 손을 뻗어 그의 망토를 끌러낸다. 물론 그 동작은 금방 끝나지만, 꽤나 친밀해보이는 광경인 건 분명했다. 이따금씩 벨트가 잘 안풀려 멀린이 고개를 가까이 하거나 하면 더더욱!
그럴 때마다 눈을 내리깔고 멀린의 손놀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드레드의 표정은 참...가관이다.
그리고 이윽고 망토를 걷어든 멀린에게로 뒤돌아선 모드레드는 순식간에 순진한 천사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모습에 멀린은 어쩔수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그날도 그렇게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가웨인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멀린?"
"응?"
"내 망토도 좀 풀러줘"
그 말에 가웨인에게로 순식간에 시선이 모여들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변명조가 섞인 투로 말을 이었다.
"어- 장갑 때문에... 장갑이 너무 꼭 끼어서 이도저도 힘드네. 망토만 좀 풀러주면 한결 편할 거 같어."
장갑이 뭐? 멀린은 의아한 듯 눈썹을 조금 지켜올렸지만, 이내 한숨을 쉬고는 가웨인에게 걸어갔다. 가웨인의 표정은... 왠지 기대에 차 보였고-
"......저 녀석 왜 은근슬쩍 뒤로 도는거야..."
엘리얀의 그 말에 퍼시발은 동감이라는 듯 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리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골치아프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하지만 다들 여전히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그 광경을 봤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살짝 등을 돌린 채로, 어깨너머로 멀린이 걸어오는 걸 흘깃거려가며 기다리는 그 모습은 마치 쓰다듬어주길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고.
이제 멀린은 근처까지 다가왔고, 가웨인의 분위기는 기대감에 흔드는 꼬리까지 보일 지경이 됐다. 맙소사.
하지만 멀린은 가웨인의 기대를 저버리고(?) 성큼 가웨인의 앞으로 돌아가더니, 손을 올려 망토를 풀러냈다. 그 행동에 군더더기 하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가웨인은, 평소같이 씩 웃어보인 후 짐이 놓여있는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멀린의 뒷모습을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지켜보던 기사들은 웃음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급히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
그렇게 시작된 그 자그마한 실험(?)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멀린은 그 누구에게도 모드레드에게 하는 것 처럼 등 뒤에서 망토를 풀어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퍼시발은 평소 망토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동안 챙겨입어 가며 시도했지만, 그 큰 키 때문에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오히려 조금 상체를 숙여야 하는 모양새가 되었었지-
리온은 묘하게 저항하다가도 결국 등떠밀린 것 반, 호기심 반으로 어색하게(그 뻣뻣한 연기에 모두 한숨을 내쉬었으나 멀린은 눈치채지 못했다) 손을 다쳤다는 이유까지 만들어가며 멀린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그도 애초에 멀린이 뒤에서 망토를 풀러주기엔 키가 방해였다.
마지막으로 키가 엇비슷한 엘리얀이 성공을 예감한 채,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가며 완벽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그도 실패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모드레드는 여전히, 망토도 스스로 못 푸는 철부지 막내 연기를 해가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모드레드의 미소가 점점 의기양양해진 것은 물론이다.
#
결국 며칠인가 지난 어느 날, '우선 대화로 해결'이라 우기지만 실제로는 말이 많다고 풀이할 수 있는 가웨인은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
"어이 멀린, 기사단 막내를 계속 응석받이로 만들 생각이야? 너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그 말에 모드레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럽다는 듯 가웨인을 쏘아봤지만 가웨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주변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멀린은 도구 정리하는 걸 계속하며 지나가듯 대답했다.
"응석까지야- 그야 별로 힘든 일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왜 굳이 뒤에서 풀어주는 건데?!"
가웨인이 투덜거리듯 내뱉자, 멀린은 생각지도 못한 그 말에 고개를 들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나서야 겨우 질문을 이해했다.
"뒤에서? 내가 그랬나? 어... 글쎄...왠지 나도 모르게... 음..."
멀린은 조금 고민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키가 딱 좋아서 그랬나?"
그 말에 엘리얀이 이의있다는 듯 눈을 치켜뜬 채 입을 뻐금거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멀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습관적으로 그랬나봐. 뭐, 나도 앞에서 푸는 게 편한데, 자꾸 아서가 뒤에서 풀어달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버렸나보네... 그러고보면 아서 말고 매번 그런식으로 일일히 풀어줘야하고 그런 사람은 모드레드가 처음이었으니까, 아마 그래서-"
멀린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대뜸 당황한 듯 한 목소리가 끼어들어 말을 중단시켰다.
"어, 잠깐, 그럼 나한테만!....아, 이게 아니고... 아서한테도 그렇게 한다고?"
새삼스런 모드레드의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 바람에 모드레드는 조금 머쓱한듯 볼을 붉히면서도 멀린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응, 내가 다 해줘야되거든. 걔는 덩치도 커서 그 자세는 힘든데...준비 다 되고 마지막에 둘러주겠다고 해도, 꼭 앞에 뭐 들고 있을 때 뒤에서 묶어달라고 하더라. 귀찮게스리."
그 말에 모두는 그 광경을 상상했다. 굳이 그렇게 해달라고 재촉하면, 멀린이 투덜거리면서도 넓은 어깨에 매달려 낑낑거리며 아서의 목에 팔을 두르는 장면을-
멀린의 체온이 등에 느껴지고, 작게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오고, 얇고 하얀 팔목이 어깨를 스치겠지-
거기까지 상상한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묘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섞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하여튼 나 골탕먹이는게 일과라니까, 아서는."
그게 목적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의미있는 침묵을 고수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기사들을 한번 둘러본 멀린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면서 쪼르르 복도로 사라졌다.
#
"흐흥...그냥 아기돌보기의 연장이었구만?"
꼭 한마디 많은 가웨인이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던지며 모드레드의 등을 과장되게 부드러운 손길로 토닥이고는 어슬렁거리면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뒤이어, 이제 눈에 띄게 시무룩한 얼굴을 한 모드레드의 어깨를 한번씩 두드려준 기사들은 제각기 생각에 빠져 자기자리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어째서인지 기사단의 막내는 스스로 망토를 푸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기사단의 아이돌;;;;은 커녕....현실은 시궁창 OTL
파워캐붕 ㅋㅋㅋㅋ 모드레드가 이대로 기사단의 참한 막내가 될 리는 없겠죠. 후......